책소개

비교사상의 의의와 불교가 서양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져 왔는가를 밝히고 불교와 기독교의 만남을 서술한다. 이 책은 서구사상이 동양사상을 어떻게 오해하여 왔는가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 서구인들에 일방적 판단기준에 의해서 왜곡된 불교 이해를 바로 잡고 불교가 서구에 전해 줄 수 있는 올바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책 속으로

20세기에 와서 그때까지 망각되어 왔던 키에르케고르와 니체를 다시금 불러내서 실존사상의 선구자로 다룬 야스퍼스는 허무주의에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보았다. 1991년에 썼던 <세계관의 심리학>에서 야스퍼스는 여러가지 세계관을 분류하였지만 허무주의를 그 중의 하나로 보고 나아가 존재의 허무주의와 가치의 허무주의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더구나 이 지적은 불안에 대해 언급하는 자리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일체의 존재는 없다'라는 존재의 허무주의와 '일체의 가치는 무가치하다'라는 가치의 허무주의가 있다. 그리고 불교는 존재의 허무주의라고 야스퍼스는 말한다.

확실히 불교에 있어서는 일체의 존재는 공이다. 공이라는 의미에서 일체의 존재는 '없다'. 다만 불교에서는 이미 반복해서 기술하였듯이, 공은 단순한 '없다'가 아니며 더구나 텅 비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일체는 상의상관(相依相關)이기 때문에 만일 이것을 간파한다면, 존재는 '없다'가 아니라 충실한 것이다. 그래서 여기에는 번뇌에 시달려서 그 진상(진여실상)을 보지 못할 때의 속체(俗諦), 즉 비본래적인 존재방식에 반해서 진여를 볼 때의 진체(眞諦), 즉 본래적 존재방식에 대한 가치평가가 포함되어 있다.

불교는 오히려 가치의 허무주의라는 면에서도 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아닐까? 환(幻 : Maya), 즉 번뇌에 의해 눈이 어두워진 상태에서 얻어지는 일체의 가치는 사견(邪見)으로 간주하고 이것을 전도하는 가치전환을 행하는 것이 불교가 지향하는 바라고 한다면 이것은 바로 가치의 허무주의이다. 혹은 야스퍼스같이 존재와 가치의 두 가지 허무주의로 나누는 것 자체가 문제일지도 모른다. 사실은 야스퍼스 자신도 이 두 가지 허무주의의 분류방식은 상대적인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기는 하다. --- pp.190-191

저자소개

역자 : 김승철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졸업. 감리교신학대학 대학원 졸업. 스위스 바젤 대학교 신학부 졸업. 동국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논문으로 「Die Hoffnung des 'Nichts'-Zur Eschatologie von Paul Schuts ins Dialog mit der Zeu-Lehre chinuls」「희망의 현전 - 기독교 종말론 이해를 위한 한 시도」「종교가간의 대화와 해석학」등이 있다.

목차

1. 프롤로그 ; 서양에서 본 불교 - 비교사상의 의의
2. 불교는 철학인가, 종교인가 - 철학과 종교
3. 인과(因果) - 과학과 불교
4. 고(苦) - 기독교와 불교
5. 공(空) - 야스퍼스의 포괄자론과의 대비
6. 무기(無記) - 칸트의 이율배반과의 비교
7. 허무주의 - 니체와 불교
8. 서양사상가의 불교관
9. 에필로그 - 서양은 불교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