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으로 그림을 그리는 김영택 화백. 대략 50만 번의 손질이 간다는 그의 ‘펜화’를 보고 있노라면 펜이 지닌 정밀성과 그림이 지니는 깊이가 모두 느껴진다. 정밀성과 깊이가 합해지면 어떤 시너지 효과가 나오는가. 그것은 품격이다. 선생의 펜화는 동양의 선비들이 추구하던 그윽한 품격을 보여준다. 그가 주로 다루는 주제는 전통 문화재이다. 봉암사 일주문, 합천의 영암사지, 미황사 대웅전 등의 그림은 펜화가 아니면 잡아낼 수 없는 그 어떤 그윽함을 보여주고 있다. 더군다나 선생이 즐겨 다루는 이러한 문화재의 배경은 한국의 명당 중에서도 명당인 영지(靈地)에 해당한다. 이들 영지들은 세 가지 조건을 갖춘 곳들이다. 바위, 물, 소나무가 바로 그것이다. 바위가 뭉친 곳에는 강력한 지기가 있다. 바위가 없으면 기가 약하다. 그리고 물이 그것을 감싸야 한다. 물이 있어야 그 터의 기운이 저장되는 것이다. 그다음에는 소나무이다. 하늘의 물과 땅의 불, 그리고 나무는 ‘천’ ‘지’ ‘인’을 상징한다. 그래서 나무가 있어야 하고, 그중에서도 나무의 귀족이라 할 수 있는 소나무가 적격이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어우러지면서 뿜어내는 그윽함과 품격을 묘사함으로써 선생의 펜화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출판사 서평
펜화 속 ‘한국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
창덕궁 부용정, 담양 소쇄원, 영주 부석사 등
문화재와 유명 사찰 속 펜화 96점
0.05mm의 가는 펜으로 전통 건축, 기왓장, 소나무 등을 그려온 ‘기록 펜화’의 대가 김영택 화백. 『펜화로 읽는 한국 문화유산』은 그가 전국을 돌며 기록한 한국의 문화유산과 그의 펜화 작품 96점을 담은 책이다. 10년간 〈중앙일보〉와 〈주간조선〉에 연재된 글과 펜화를 책으로 묶었다.
창덕궁 부용정, 담양 소쇄원, 양산 통도사의 다양한 모습 등 김 화백이 전국을 순회하면서 펜으로 그리고 쓴 이 책에는 한국의 소중한 문화재와 전통 건축물의 자연 풍광이 오롯이 담겨 있다.
경상북도, 전라도, 서울ㆍ경기ㆍ인천, 부산ㆍ경남, 강원ㆍ충청, 총 5개의 지역별 장으로 나누어진 이 책은 우리 문화유산을 보다 쉽게 설명해주는 기행문집이자, 답사기이자, 여행 에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김영택 화백은 서구에서도 맥이 끊긴 펜화의 전통을 한국적 미감으로 재창조한 ‘한국적 펜화’의 명인으로 손꼽힌다. 그는 펜화 한 장을 그릴 때마다 약 50만 번에서 70만 번의 선을 긋는다. 1mm 안에 5번의 선을 그을 만큼 아주 세밀한 그림이다. 그가 가는 펜으로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그린 그림은 마치 사진처럼 정교하면서도 살아 숨 쉬듯 생명감을 느낄 수 있다.
그의 펜화를 본 한 평론가는 “김영택 화백은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한국화와는 전혀 다르면서도 한국 건축의 아름다움을 잘 살려내고 있다”라고 했다.
김 화백은 “우리 건축물을 통해 세계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무아(無我)의 아름다움’을 소개하고 싶은 것이 펜화를 그리는 가장 큰 목적”이라고 말한다. 우리 건축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펜화에 담아서 판화로, 캘린더로, 엽서로, 책으로 만들어서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과 함께 보고, 느끼고, 즐기고, 배우게 하고 싶다고 한다.
안동 병산서원 만대루, 영주 소수서원 취한대, 문경 봉암사 일주문, 담양 소쇄원 광풍각, 장성 백양사 범종각, 합천 영암사지, 양산 통도사 범종루, 경주 안강 독락당 계정 등 문화재와 유명 사찰들을 담아낸 세밀하고 정교한 펜화와 쉽게 설명해주는 그의 글이 어우러져 보는 재미와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