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하게 질문을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우선 p.131 <선정>이라 해도 되는 것을 굳이 <사선·사정>이라 번역한 이유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님의 말씀대로 대부분의 한글 번역서에는 흔히 <선정>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상세한 내용을 독송용 책자에서는 주석을 달 수가 없어서 생략했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선四禪: ①初禪(有尋有伺定) ②二禪(無尋唯伺定) ③三禪(無尋無伺定) ④四禪(捨念法事定)
사정四定: 유식종에 따르면 가행위加行位에서 사선근四善根을 닦으며 관하는 네 가지 定을 말함.
①명득정(明得定; 煖法) ②명증정(明增定; 頂法) ③인순정(印順定; 印法)
④무간정(無間定; 世第一法)
물론 구체적으로 따지지 않고 포괄적으로 <선정>이라 해도 잘못된 번역은 아닙니다.
또한 중국 송나라 계환스님의 해설에 따르면 <선정>을 <사선·구차제정>으로 풀이한 경우도 있습니다.
저의 번역이 꼭 옳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문맥상으로 볼 때 한자 낱말 하나가 상징하는 의미가 매우 깊은 까닭에 성의껏 분석적으로 번역을 한 것입니다.
다음 p.276 <육백만억해>의 '해'가 '나유타'의 의미가 아니냐고 질문하셨는데, 문맥을 바로 잘 이해하셨습니다.
다시 말해 게송으로 설한 부분에서는 글자수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나유타'라고 하면 5자를 넘기 때문에 <해>로 표현한 것입니다. 백·천·만·억·조·경·해.... 이렇게 한자문화에서 사용하는 수단위 가운데에서 헤아릴 수 없도록 제일 큰 숫자를 <해>라고 하기 때문에 인도의 <나유타>를 대신해서 쓴 것이라 할 수 있겠지요.
마지막으로 p.552 <일체현제신삼매>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서 <현일체색신삼매>라고 쓰다가, 갑자기 같은 의미인데도 <일체현제신삼매>라고 쓴 이유가 잘 이해되지 않으실 거예요.
몇 해 전에 어느 분도 똑같은 질문을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동일한 말인데 굳이 표현을 달리했다면, 한글로 읽는 독자의 이해를 위해서 구태여 다른 표현을 쓰지 말고 똑같은 말로 번역해야 옳지 않느냐고 따지신 적이 있었어요. 그 말씀도 옳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저는 한자 원문에 충실하고자 하는 의도로 그렇게 번역한 것입니다. 그렇게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상의 답변이 충분히 되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건성으로 읽지 않고 생각을 깊이 하며 읽고 질문을 해주신데 깊이 고맙게 생각합니다.
이 인연 공덕으로 꼭 성불하시길 기원드립니다.
혜조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