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얼마 전이었다.
구선과 지영은 몇 년 전의 기억을 찾아 태백산으로 나물을 캐러 갔다.
태백하고 하장의 경계부근으로 귀내미골이라는 곳이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그곳은 몇 년 사이에 밭으로 변해 있었다.
그래서 건넛산으론 가보자 싶어 걸으면서 주변 산세를 둘러보게 되었는데, 자세히 보니 그 자리는 산맥의 끝자리이면서 힘이 모이는 혈처(穴處)였다.
‘와룡보주(臥龍保珠)형이 아닌가?’ 구선은 놀랐다.
몇 년간 이곳을 왔으면서도 지세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이제 나물을 캐지 못하는 상태에서 보니 그런 형국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그런가보다...하며 구선일행은 걸었는데 그때 바람이 꽤 불고 있었다. 그런데 희한한 일은 땅에서 풀냄새가 올라오고 있는 것이었다. 풀냄새가 바람에 흩어지지 않고 올라온다는 것은 이 자리의 기운이 매우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선은 그 자리에 잠시 서서 두 손을 펼치고 슬슬 휘저으면서 기운을 느껴보았다.
그랬더니 이게 웬일인가?
빽빽한 기운이 두 두 두 둥!!!--- 손끝을 타고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허..이거 꽤 괜찮은 자리다!’
구선 일행은 일단 근처에서 나물을 캤다.
그런데 구선은 나물을 캐면서도 아까 그 자리의 기운에 자꾸 관심이 갔다.
수행을 하는 사람은 본질적으로 기운에 지대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일까?
구선은 나물바구니도 재껴 놓고 그 혈처에 가서 주저앉았다.
그 자리가 와룡보주의 구슬 자리였다.
앉아서 자세히 느껴보니 땅의 기운이 꼬리뼈를 타고 머리 끝 까지 치고 올라오는데 그 기운의 감이 여간 부드러운 게 아니었다.
기운이라는 게 무조건 세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기운의 질이 중요한 것이다.
초파일이 지났다.
시기적으로는 『소설 관』이 나왔고 『觀 존재, 그 완성으로 가는 길』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구선은 그 당시 책에 관한 문제로 마음을 많이 쓰고 있었던 때였다.
구선과 지영은 둘이서 다시 태백산 혈처를 찾았다.
그 자리에 텐트를 쳐놓고 둘은 좌정하였다.
구선은 옴마니반매훔을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옴마니반매훔은 관세음보살의 육자대명왕진언(眞言)이라 불리는 것으로, 구선이 주력을 할 때나 음률관을 할 때에 자주 애용하는 바였다.
그런데...구선은 그 간단한 여섯 자 진언을 할 수가 없었다.
이상하게도 입에서 -옴-하면 그 다음 마니반매훔-이 나오지를 않는 것이었다.
옴-!....? ‘이상하네..’
옴...!
아니...이게 웬일이야? 구선은 기가 막혔다. 이런 경우는 머리 깎은 이후 처음이었다.
‘음...좋아! 한 번 기다려 보자.’
구선은 그냥 옴----을 가슴에 울려 퍼지도록 하면서 그 자리에 신명의 감응이 오기를 기다렸다.
‘ 신명이 있다면 와라. 와서 내게 너를 드러내라. 내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해 보아라.’
그때 시각적 혼의식이 열리면서 어떤 장면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