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질서가 아니라 자연의 질서에 따라야 한다." 전국시대라는 격동기에 살았던 장자의 말이다. 저자는 그 옛날의 한 사변적 몽상가, 재미있는 이야기꾼으로 많이 알려진 장자를 우리의 현실에 끌어 앉힌다. 이 책은 이론서인 동시에 실천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독립적이면서도 내적 구조가 잘 짜여진 한 채의 주택과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책이 가진 장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장자의 사상을 철저하게 사회적/역사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자를 여러 가지 현실 문제를 외면한 현실도피주의자, 일신의 안일만을 추구한 극단적 개인주의자 혹은 관념적 유희를 즐긴 사람 정도로 자리매김하는 관점들에 반대한다.
저자는 장자를 전국시대라는 삶의 현장 속의 한 사람으로 놓고 살아 있는 그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와 속도로 진행된 사회경제적 지각변동과 함께 제자백가들이 속출하여 치열하게 논쟁하는 현실을 살아가는 장자의 고민을 읽어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무위와 유위라는 분석틀을 자연관, 인간관 사회사상 등에 일관되게 적용하면서 장자철학의 사상적 특성을 분명하게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또한 자연의 동의어로서의 무위가 인간과 문명의 대척점에 놓여 있음을 계속 강조하면서 무위를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데 성공하였다. 장자의 무위는 사변적 유희의 산물이 아니라 인간의 구체적 삶의 조건을 결정짓는 중요한 키워드라는 것, 그리고 장자에게 있어 그것은 관념이 아니라 현실적 요청이었음을 설득력 있게 풀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무위는 개인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의 해결에서도 중요한 열쇠가 된다.
저자는 현실적 요청으로서의 무위를 정치/경제/사회 등에 대한 논의로까지 확장하면서 장자에게 혁명적 사회사상가의 옷을 입힌다. 문명이 불평등과 부자유의 기원이라는 장자의 생각에 주목하면서 모든 문명과 제도와 권위에 힘겹게 저항하는, 작지만 강한 장자를 그려내고 있다.
다소 무겁게 생각될 수 있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별 막힘없이 술술 읽어내려가게 하는 추진력이 이 책에서는 느껴진다. 그것은 바로 문장과 문장 그리고 각각의 장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그리고 전체가 팽팽한 긴장을 유지한 채 흐트러짐 없이 일관된 논리로 한 지점을 향해 나가는 글의 탄탄한 짜임새에 기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