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라는 직업 덕분에 우리는 너무도 파괴적이며 세계화된 경제에 완전히 흡수되지 않고서도 사회에 참여할 수 있었다. 우리 농장에서 판매하는 채소는 씨앗부터 모종에 이르기까지 최소한의 화석연료만을 사용해 재배한다. 우리가 쓰는 농기구는 모두 중소기업 제품이며 우리 농작물을 재배하는데 필요한 생산요소는 산업 공정을 거치지 않은 것이다. 직거래 장터를 이용해 중간 유통과정을 생략할 수 있었고 덕분에 고객들과 좀 더 이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가족농’이라는 개념은 지역적 차원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으며 우리는 ‘가족농’으로 일하며 지역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었다.
독자들은 유기농업을 하려면 땅속 생태계에 필요한 상호작용의 복합성을 잘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유기농업이란 자연을 모방하려는 것이지 자연에 맞서 싸우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흙에서 태어나고 흙으로 돌아가는 것들 간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장단기적으로 모두 생산적인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화학을 생물학으로 대체하려면 산업공정을 거쳐 생산된 ‘기적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지식이 필요하다.
농장 규모와 상관없이 경작 방식을 잘 선택하고 그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초기에만 ‘작게’ 시작해야 이득이 많은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소규모 생산을 유지하면 다양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우리 농장이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소규모 생산의 다양한 이점이 모이면 굉장히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우리가 경작할 수 있는 공간은 기계적 경작 고유의 전통적인 열列 형태가 아니라 우리가 ‘두둑’이라 부르는 올림텃밭 형태로 정비했다. 이 영구적 형태의 두둑에는 단기간에 풍요롭고 비옥한 토양을 만들기 위해 대량의 유기물질이 함유된 퇴비를 넣었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토양을 문자 그대로 ‘만들어 낸’ 셈이었다. 이후 땅을 휘젓지 않고 브로드포크를 이용해 경작하기 쉽게 만들어 주면서 퇴비를 넣어 계속 땅을 비옥하게 만든다. 다양한 농기구와 기술 덕분에 토양이 최대한 타격을 받지 않도록 그 상태를 유지하며 경운하면 된다. 이런 경작 방식은 채소 뿌리가 옆이 아니라 아래로 자랄 수 있게 해 주는, 비옥하고 풍요로운 부식토 활성화가 목적이다. 그렇게 하면 뿌리 부분이 불편하게 자라지 않게 하면서도 밀식을 계획할 수 있다.
지역 생산품의 직접 판매는 인간적인 농업을 부흥시키기 위한 핵심 요소다. 바로 이러한 방식 덕분에 생산자는 농산물이 판매될 때 유통업자와 도매상에 통상 지급되는 이윤의 일부를 회수할 수 있다. … 농산물의 세계화가 성행하는 오늘날 농부들이 시민-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일의 이점은 매우 크다. 시민-소비자들은 생산자에게 직접 농산물을 사면서 자신이 소비하는 상품을 다시금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 몇 년 전부터 ‘지역 농산물 공급망’이라 불리는 다양한 형태의 직접 판매가 존재해 왔다. CSA(공동체지원농업), 농부의 시장, 연대시장, 농가 가두판매점 등이 그 몇 가지 사례다. 이는 텃밭농부가 지속가능한 농사를 원한다면 고려해야 하는 틈새시장들이다. 텃밭농부라는 직업의 본질은 지역농업을 지원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며 농업과 연결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망에 부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