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출간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화제작, 《만다라》의 개작판이 청년사에서 출간되었다. 《만다라》는 인간의 존재론적 고뇌와 방황을 종교적 색채로 탁월하게 형상화한 수작으로, 우리 소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전이다.
파계승 지산과 수도승 법운의 우연한 만남과 동행, 그리고 방황의 기록을 통해 불교계의 모순과 인간의 위선을 드러내며, 개인의 자유와 해탈의 의미를 묻는다. 또한 종교적 차원을 넘어 본질과 현상, 선과 악,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벗어나 삶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다가간다.
개작된《만다라》에는 훨씬 깊어진 작가의 의식세계가 담겨 있어 김성동 작가의 변화된 사유를 엿볼 수 있다. 특히나 외래어의 홍수 속에서 이제는 그 형체를 찾을 수 없게 되어버린 아리따운 우리말을 되살려놓아 그 가치는 더욱 크다.
개작판 《만다라》는 도서출판 깊은강에서 2001년 출간되었고, 이번에 청년사에서 복간한 것이다.
이 책의 줄거리
출가한 지 육 년째 아직도 ‘병 속의 새’라는 화두를 풀지 못한 채 수도 중이던 법운은 우연히 지산이라는 파계승을 만나 수도 생활의 전환을 맞게 된다. 지산은 술과 오입을 즐기며 거침없는 말을 뱉는 파계승이지만 상식을 깨고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날카로운 언어를 지녔다. 지산은 법운에게 크나큰 혼란을 주는 동시에 표면적인 이분법의 세계와 그 경계에서 벗어나 삶을 체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계속되는 법운과 지산의 동행에는 견성성불에 대한 희망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희망의 싹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중 지산은 허무와 절망 가운데서 죽고, 오랜 고뇌의 끝에 선 법운은 지산의 시신을 화장한 뒤 방황을 지속한다. 그러나 결국 법운은 가장 본질적인 것은 역시 자신의 큰 수행임을 깨닫고 피안으로 가는 차를 타기 위해 정거장으로 힘껏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