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인정 않는 오만, 안 믿으려는 불신,
용서할 줄 모르는 미움,
나만을 위하는 소유욕과 지배욕,
질투와 경쟁심을 버려야만 할 줄 압니다.
_김수환 추기경
앞의 논리를 설파하더라도 행위를 하는 데 화폐가 큰 축을 담당하는 건 사실이다. 오피스텔에서 공부하는 대학생과 학자금 대출을 갚으며 공부하는 대학생의 마음이 어찌 일치하겠는가? 배경이 넉넉지 못하면 무슨 일을 하던 간에 망설임이 생기기 마련이다. 다만 그 마음이 자신을 유기하는 쪽으로 이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게는 두 명의 친구가 있었다. 두 녀석 모두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았으나 고교 시절부터 확고한 목표와 그에 상응하는 노력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전역 후에 두 녀석은 다른 길을 걸었다. A는 비제도권으로 자신을 밀어 넣었고, B는 아르바이트를 3개씩 하며 꿋꿋이 뜻을 관철하려 했다. 그렇다고 B의 인생이 어느 영화처럼 획기적으로 변모하지는 않았다. 조금의 변화라면 좋은 사람이 많이 생겼다는 점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끈을 놓지 않는 그를 정도(正道)로 이끌어주려는 선생님, 사회적 인맥으로 도움을 주려는 귀인(貴人), 어디를 가더라도 그를 어필하고 귀한 정보가 있으면 전달해주는 내가 있다. 이제는 시야를 넓혀 독일 유학까지 준비하는 그를 보면서 인생이란 끈을 놓지 않는 사람에게 운이 따라오는 거구나 싶었다.
_[행운이 선호하는 타입] 중에서
자기
내면적인 생각도
늘 변해요.
_법정 스님
초심자에게 일의 성과란 천국과 지옥이 양면에 새겨진 동전 던지기다. 시작 전 공중에서 힘차게 회전하는 동전은 이내 손바닥에 안착하여 그날을 조율한다. 어떤 날은 내가 아닌 듯한 천재성에 감탄하며, 어떤 날은 내가 아닌 듯한 졸렬함에 좌절하는 불규칙성은 미숙련자의 전형(典型)이다. “썩어도 준치”라는 속담은 최소 15년간 한 우물을 팠던 자에게 해당하는 경구(警句)라고 생각한다. 미숙련자는 말 그대로 설익은 탓에 기복이 심하다.
예컨대 난생처음 두 발로 걷는 아기는 직립보행이 궤도에 오르기까지 평균 2,000번 넘어진다고 한다. 미처 감지하지 못했겠지만 50걸음을 걷고 넘어질 때 울음과 다섯 걸음도 채 걷지 못하고 넘어질 때 쏟아진 울음은 상이하지 않았을까? 마찬가지로 우리는 업(業)이라는 길을 직립보행하려는 갓난아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며칠 전에 만들었던 저고리 8벌이 마음에 들지 않아 폐기처분 했다는 25년 경력 한복 연구가, 어떤 날은 지독하게 연기가 안 될 때가 있다는 30년 경력 연극인의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오직 인간에게만 따라붙는 기복, 그 뒤에 불완벽이라는 그림자, 그저 그렇게 살아갈 뿐이라는…….
_[기복과 운명적인 동거] 중에서
출판사 서평
과거에서 길어 올린 살아감의 암묵적 지식
한 분야를 탐구하다 보면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는 시기가 있다.
탐구 앞에 ‘깊이’라는 단어가 붙었을 때다.
그렇게 옛 자취를 살피다 보면 정지화면처럼 멈추는 순간이 있다.
발길을 붙잡는 무언가를 만났을 때다.
내겐 그 지점에 법정 스님과 김수환 추기경이 자리했다.
먼저 법정 스님은 어느 철학자의 평처럼 중답게 살다 중답게 가셨던 분이다.
세속의 인연을 끊는다는 수행자 본분처럼, 부귀를 경계하고 법문을 마치면 사람에게서 멀어지려고 하셨다.
무엇보다 본인 철학을 일평생 행동화하셨다는 점에서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김수환 추기경의 행적에서는 하나님이 보였다.
그분은 가장 낮은 곳에 손을 내민 하나님이었다.
내가 허름해질지언정 님의 가난을 먼저 돌보셨고, 음지의 소외자를 인자한 웃음으로 찾아가곤 하셨다.
그를 따라 수도자 길을 걷는 제자에게 당부하신 말씀도 빈자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었다.
그런 행실에서 나오는 말씀이었기에 모든 한 마디가 설득력을 수반했던 게 아닐까?
‘무소유’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로 상징되는 법정·김수환께서는 현실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금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무(無)조건의 사랑을 표하는 만인을 위한 답례였을 게다.
그 흔적을 더듬으면서 떠올랐던 단어는 ‘인간’이었다. 말씀의 기반에는 인간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지점에서 끌어올린 언문(言文)은 세대를 관통하는 힘이 있다.
필연적으로 인생사(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일)를 건드리기 때문이다.
이 책은 두 분의 말씀 중에서 세간에 덜 노출된 금언을 뽑아 필자의 단상을 덧댄 제언서다.
인생을 대입해서 읽다 보면 꿈을 좇는 이에게는 비상할 수 있는 날개가 되고, 혼돈을 헤매는 이에게는 심연을 벗어날 수 있는 밧줄이 되리라 확신한다.
단언컨대 현실을 절단한 뜬구름식 성공론이나 공염불성 힐링(위로)과는 거리가 멀다.
이 안에는 인간이 있다.
현실에 두 발 딛고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인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