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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었으므로, 진다 (이산하 시인의 산사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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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상품명 피었으므로, 진다 (이산하 시인의 산사기행)
정가 15,000원
판매가 13,500원
저자/출판사 이산하 지음/임재천 외 사진/쌤앤파커스
적립금 680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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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수 280
발행일 2016-07-01
ISBN 9788965703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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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피었으므로, 진다』는 시인의 눈, 시인의 걸음으로 전국의 산사를 돌아보는 기행산문집이다. 유서 깊은 천년고찰이자 불교적으로 의미 깊은 3보사찰, 5대 적멸보궁, 3대 관음성지를 망라하며, 그 밖에 특별한 사연을 간직한 절집 등 전국 27곳의 산사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제주 4·3사건의 진실을 고발한 장편서사시 《한라산》의 작가, 이산하 시인의 두 번째 산문집이다.



피었으므로, 진다 도서 상세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이산하는 1960년 경북 영일에서 태어나 부산 혜광고와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2년 필명 ‘이 륭’으로 《시운동》에 연작시 〈존재의 놀이〉를 발표하며 등단해, 그해부터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했다. 1987년 ‘제주 4·3사건’의 학살과 진실을 폭로하는 장편서사시 《한라산》을 발표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었다. 석방 이후 10년의 절필 기간에 전민련과 참여연대 국제인권센터, 국제민주연대 등 인권단체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시집 《천둥 같은 그리움으로》 《한라산》, 성장소설 《양철북》, 산사기행집 《적멸보궁 가는 길》, 번역시집 《살아남은 자의 아픔》(프리모 레비 지음) 《체 게바라 시집》(체 게바라 지음) 등이 있다.


목차

1부 모든 것은 기울어진다 

꽃이 져야 열매를 맺는다 _미황사 

가장 먼 여행 _운문사 

영혼의 구슬과 페르시아의 흠 _관음사 

불일암은 잠언이다 _불일암 

모든 것은 기울어진다 _수구암 

오리 다리는 짧고 학의 다리는 길다 _은해사 

아파야 새로운 것이 온다 _각연사 

나비는 수평으로 난다 _원심원사와 석대암 

“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해” _길상사 


2부 모든 것은 사라진다 

여시아문과 디아스포라의 불빛 _산방굴사 

모든 것이 사라져간다 _봉원사 

그리워할 대상 없어도 그리움이 사무치는 절 _부석사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뜨지 않은 별 _진관사 

팔만대장경, 그 장엄한 언어의 숲을 찾아서 _해인사 

이 세상에서 가장 여운이 긴 풍경소리 _정암사 

네 몸속에 절 하나 지어보아라 _법흥사 

나에게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달라 _상원사 

서럽다. 화두 30년. _통도사 


3부 기울어지다 사라진다 

부처가 얼어 죽으면 경전이 무슨 소용인가 _봉정암 

사찰로 가는 마음, 성찰로 돌아오는 마음 _송광사 

가장 슬프고 애틋한 절 _운주사 

피었으므로, 진다 _선운사 

섬진강에서 화엄사 종소리를 들어보았는가 _화엄사 

바다처럼 출렁이다 산처럼 무너지다 _보리암 

살아 있는 부처의 눈 _보문사 

저녁 산사에서, 묵념 _낙산사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가장 장엄한 법당 _‘팽목항법당’




책 속으로

미황사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동백숲을 향해 내려갔다. 금강스님이 곱게 꺾어가라고 허락한 한 송이 동백꽃이 눈에 아른거렸다. 2010년 3월 10일 법정스님 입적 전날, 금강스님은 가수 노영심을 통해 눈 맞은 미황사 동백꽃과 매화를 병원 중환자실에서 폐암으로 투병 중인 법정스님에게 전했다. 자신의 고향인 먼 해남에서 온 붉은 동백꽃을 보며 법정스님이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못 가니 그대가 왔구나. 멀리서 오느라 고생 많았다.” 

누운 채 물끄러미 보던 법정스님의 눈시울이 조금씩 젖어갔다. 어쩌면 평생 좇고 좇아온 화두 한 송이가 죽기 전날에야 비로소 무심한 듯 찾아왔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무심하도록 서러운 화두 56년이라면, 차라리 꽃을 꺾는 대신 산을 옮기거나, 다리를 건너는 대신 강을 옮기는 게 더 불이(不二)다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_p.25 


불일암은 부사와 형용사가 없는 절이다. 

내 고교 시절인 1970년대 후반의 송광사 불일암은 점 이전의 물방울 혹은 눈부처 같은 절이었다. 보통 한 절의 주지스님이 유명해질수록 절의 살림살이도 점, 선, 면으로 세속의 영역을 확장해가기 마련이다. 선은 소유의 경계선을 긋는 토대이고 면은 성채를 지어 군림하는 토대이다. 다행히 법정스님의 인기가 절정에 달하고 스님이 입적한 이후까지도 불일암은 동백꽃이 떨어지는 순간처럼 간명하고 간결하다. 단지 열반 이후 부쩍 늘어난 추모객들의 편의를 위해 대숲 오솔길을 조금 단장해 ‘무소유길’로 이름 붙인 것만 달라졌을 뿐이다. 난 그 ‘무소유길’을 소유욕으로 걷지는 않는지 거듭 스스로에게 물었다. 

_p.53 


그림이 완성되자 법당은 구경하던 스님들의 탄성으로 가득 찼다. 곧 티베트 승려들이 함께 기도를 했다. 모래알 같은 번뇌와 잡념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워졌던 순간들을 잠시 떠올리는지도 몰랐다. 기도가 끝나자 승려들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원탁 옆에 도열했다. 승려들 가운데 하나가 ‘금강저’라고 하는 50센티미터 정도의 나무막대기를 들고 나와 그림 앞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감탄을 연발하던 스님들이 모두 다시 숨을 죽였다. 

그런데 티베트 승려가 잠시 합장하더니 나무막대기로 ‘모래 만다라’를 빗자루처럼 천천히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이번엔 법당이 숨넘어가는 소리로 가득 찼다. 나도 깜짝 놀라 입이 딱 벌어지며 숨이 멎을 듯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티베트 승려는 계속 쓸었다. 원탁 아래로 색모래들이 흩어졌다. 얼마 후 아름다운 원탁은 처음처럼 하얀 캔버스로 돌아갔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충격을 불교에서는 ‘무상(無常)’이라 부를 것이다.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사라지므로 모든 아름다움 또한 덧없이 사라진다. 우리는 우주의 가랑잎 위에 잠시 모였다가 흩어지는 모래알들일 뿐이다. 때로는 햇빛을 받아 잠깐 반짝이기도 하고, 때로는 같은 모래끼리 부딪쳐 생채기가 나기도 한다. 그러다가 모래 만다라처럼 한순간에 사라진다. 

_p.99-100 


안쏠림으로 세워진 무량수전 토방의 배흘림기둥에 기대어 멀리 소백산 자락으로 자욱이 물들어가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라. 그리고 고개를 돌려 법고소리를 들으며 무량수전에 고여 있는 빛깔을 한번 보라. 그것은 사람의 것이 아닌, 결코 사람이 가질 수 없는 빛깔이다. 그 빛깔은 간절히 원한다고 해서 만날 수 있는, 더욱 간절히 바란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그런 빛깔이 아니다. 그 빛깔은 무량수전과 석양이 부석의 돌틈처럼 서로 슬픔의 공명을 이룰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_p.129 


진관사는 오래전 내가 현상금과 2계급 특진이 걸린 긴급수배자였을 때 가끔 찾은 절이다. 25~28살의 청년, 그때 도망자로서의 내 은신처는 주로 은평구 일대였다. 

살얼음 위를 걷는 긴장의 나날들. 어둠도 복면을 하고 있었던 삼엄한 시절. 

심신도 지치고 앞날도 아득해 문득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때, 홀로 이 절간을 찾아 배회하며 물끄러미 지는 해를 바라보곤 했다. 임종의 숨결 같은 뻐꾸기 울음소리도 들었고, 배고픈 아이들이 밥그릇 바닥을 긁는 것 같은 소쩍새 울음소리도 들었다. 모든 게 서럽고 아득했다. 저녁노을에 물들어가는 대웅전 기왓장의 이끼는 차라리 허공에 목을 맨 능소화 붉은 꽃잎인 양 더욱 서러웠다. 오늘 다시 히크메트의 시를 별에게 들려주며 아직도 내 먼 여행은 시작되지 않았는지를 물을 것이다. 더불어 내 진정한 여행이 언제 시작되는지를 묻고 또 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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