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명 | 신이 된 선승 범일국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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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가 | 28,800원 |
저자/출판사 | 자현 / 불광출판사 |
적립금 | 1,440원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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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수 | 544 |
발행일 | 2023-11-20 |
ISBN | 97911934540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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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즈 가이드아직 숙제로 남아 있는 범일국사의 생애를 복원하고
유네스코 무형유산 강릉단오제의 주신이 된 사연을 밝히다!
인간은 때로 인간을 신으로 섬긴다. 중국인들이 관우를 상업과 전쟁의 신으로 섬기듯 말이다. 하지만 불교에서는 신이 최고의 대상이 아니므로, 고승을 붓다나 보살로 여긴다. 당나라 때 유학 온 신라 승려인 김지장을 지장보살로 추앙하는 것이나, 의상대사를 금산보개여래의 화신으로 이해하는 것 등이 그 예이다. 그런데 우리 불교에는 특이하게도 ‘신’이 된 고승이 있다. 바로 범일국사이다.
범일국사는 당나라에 유학해 선불교를 배우고 돌아와 우리나라에 선종의 뿌리를 심은 고승이다. 특히 그가 연 사굴산문은 구산선문의 대표 산문으로, 이후 순천 송광사의 보조지눌과 양주 회암사의 나옹혜근 등 거목들이 배출하기도 하였다. 특이한 점은 그런 선승이 민간 신앙 제례로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강릉단오제의 주신으로 추앙된다는 점이다. 우리 불교사에서 생불(生佛)이나 신이승(神異僧)으로 평가받는 다른 고승(高僧)들과 달리 민간 신앙적 변형을 거친 독특한 경우이다.
그렇다면 그는 어떠한 이유로 민중들에 의해 신이 되었을까? 이 책은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추적하는 불교계 전방위 지식인 자현 스님의 연구서이다.
아직 숙제로 남은 범일국사의 생애를 복원하다
저자는 먼저 범일국사의 탄생과 출가, 입당 유학 시기는 물론 귀국 이후의 행적을 정리한다. 이는 시기적으론 810년 1월부터 889년 4월에 이르는 80여 년의 기간이 되며, 옛 명주 지역에서 중국 대륙에 이르는, 지역적으로도 매우 광범위하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약 1,200년 전 태어났다고 전하는 한 고승의 생애를 다시금 복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로써 ‘범일국사에 관한 후대의 설화적 윤색(강릉 굴산사지 일대를 배경으로 한 범일국사의 탄생설화 등), 강릉단오제의 주신으로 추앙되는 부분과 관련된 더욱 명확한 접근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우리 불교사에서 범일이 차지하는 중요도는 매우 크다. 그런 이유로 다수의 연구가 진행된 것이 사실이다. 강릉 굴산사지 발굴에 따라 간접적이긴 하지만 범일의 연구가 이루어지게 되었고, 또한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시기를 전후하여 강릉단오제의 주신으로서 그와 관련된 많은 연구가 진행된 것이다. 다만 저자는 범일에 관한 초기 연구는 상대적으로 치밀함이 적었고, 강릉단오제와 관련한 연구는 대체로 연구 용역에 관한 결과물이 다수를 차지해 연구량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미진하다고 평가한다.
그런 아쉬운 측면을 고려한 저자는 현존하는 옛 기록으로 〈(굴산)통효대사 연휘탑비〉 비편, 이 비문을 정리한 것으로 추정되는 『조당집』(952) 권17의 「명주굴산고통효대사」, 범일의 사법제자인 낭원개청의 비문과 낭공행적의 비문, 범일에 관한 단문과 삽화가 실린 『선문조사예참의문』 등을 1차 자료로 삼는다. 나아가 기존의 연구 성과, 그리고 중국의 지리적 측면 등을 다방면으로 고려해 그의 생애를 복원한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강릉단오제의 주신이 된 사연을 밝히다
다음으로 저자는 앞서 복원한 범일의 생애를 바탕으로 명주 지역 신격화 및 민간 신앙으로의 확대 수용과 변형, 그리고 강릉단오제의 주신으로 확립되는 과정에 대해 살핀다.
앞서 이야기했듯 범일국사에게서는 ‘선승이자 사굴산문의 개창자’라는 역사적인 측면과 ‘대관령 및 강릉단오제와 관련한 민간 신격화’라는 이중 구조가 발견된다. 이에 따라 다시금 복원한 범일의 생애를 기반하여 민간 신격화 과정과 관련된 분석을 위해 현존하는 옛 기록을 살핀다. 그 중심엔 『고려사』 권92의 〈왕순식〉과 『임영지』 「전지」가 있다.
전자의 자료는 대관령 신앙과 관련된 승려의 존재를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후자의 자료는 범일의 신격화와 민간 신앙적 변형이 늦어도 조선 전기에 존재했음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된다. 물론 두 자료는 기록된 시기나 구성면에서 차이가 크지만, 대관령을 아우르는 명주 지역에 국한된 전승이란 점에서 강릉단오제 주신 정립에 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이 두 자료의 관계를 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결한다. 그리하여 범일이 자장 이래 신이승적 면모를 계승하는 민간 신앙적 측면에서 대관령 국사성황신과 강릉단오제의 주신이 될 수 있는 구조를 더 분명하게 밝힌다.
이 책에 담긴 저자의 주장은 기존에 있던 강릉단오제의 주신이 조선 후기에 김유신에서 범일로 변화했다는 주장이나 대관령 국사성황신의 ‘국사’가 범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산신이나 성황신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주장 등과는 다른 관점이란 점에서 의의가 있다.
범일은 불교적으론 국사이지만, 민중에 의해서는 대관령을 관장하는 국사성황신,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이기도 한 강릉단오제의 주신의 역할도 맡고 있다. 사찰에 갇힌 고목(古木)이 아닌, 민중의 요구에 의해 신이 된 범일의 모습은 민중에 발맞추어 나아가는 진정한 고승의 면모를 잘 나타내 준다.
우리 고대사에 속하는 인물로서 관련한 역사적 자료가 많이 남아 있지 않은 범일국사. 하지만 강릉단오제를 통해 그의 탁월한 수행력과 실천적 측면은 지금도 여여히 흐르고 있다. 어쩌면 범일국사는 유네스코가 인정한 우리 불교의 대표 고승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