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인도 불교의 비구계율을 처음으로 완역하여 소개!
세존께서 설하신 삼장(三藏)의 가르침에서
비나야가 가르침의 으뜸이 되는 것이니
내가 이 비나야의 가르침 가운데에서
널리 펴고자 간략히 그 뜻을 송(頌)으로서 찬탄하노라.
나무는 뿌리가 최상과 같아
가지와 줄기가 이곳에서 생기는 까닭이니
세존께서 설하신 것은 계율이 근본이 되어
모든 선법(善法)을 능히 생기게 하네.
……
가령 백겁이 지나더라도
지은 업은 없어지지 않나니
인연이 때와 모여 만나면
과보는 돌아와 스스로가 받는다네.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중에서)
이 책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상ㆍ하)는 고대 인도불교의 유파인 근본설일체유부가 새로운 사상을 정립한 뒤에 완성한 율장 중 하나로서, 인도에서 가장 발달된 부파불교에서 수지ㆍ수행하며 연구하였던 율장이다. 이것을 중국 의정(義淨) 스님이 한역(漢譯)한 것을 저본으로 하여 이번에 처음 우리말로 번역, 간행한 것이다.
특히,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의 게율들은 티베트불교가 예로부터 현재까지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현재성’ 계율들로써, ‘유부신율(有部新律)’이라고도 일컫는다.
석가모니 부처의 열반 이후 일어났던 각 불교 부파의 실천방법과 방편에서는 여러 변화가 일어났을지라도, 지금까지 불교 계율에 관한 핵심요소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은 그 계율이 지니는 핵심사상과 수행자들이 목숨처럼 소중하게 지켜오고 있는 모습에 근거한다. 불교 수행자들이 추구하는 석가세존 법의 핵심은 반야를 통한 정각의 성취와 중생계의 회향에 있는 바, 승가(僧家)의 청정성은 사회의 법향(法香)을 전달하는 방편이고 계율은 실천의 기반이 되는 것으로서, 계율이 어떻게 실천되는가는 그 승가의 미래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다.
사실 오늘날 한국불교는 ‘계율’ 관련부문에서 수계작법은 물론이고, 율장에 대한 연구나 교육이 중국에서 정리된 《사분율》에 국한되고 있음은 매우 아쉬운 점이다. 《사분율》은 인도의 여러 부파불교 중 상좌부 계통의 법장부가 전승해온 율장으로, 중국 당나라 때의 도선율사가 이를 중국 여건에 맞추어 삭제하거나 덧붙이고 대승불교적 해석을 적용하여 본격적으로 유통했고 이에 기반한 남산율종이 우리나라에 전래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불교의 승가 위상과 역할은 과거 왕조시대를 거쳐 현대의 민주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변모를 거치면서, 구현하고자 하는 불교정신도 대승불교에서부터 선불교까지 다양해졌지만, 동시에 현대사회의 승단 역시 율장에 의지해 수행과 교화를 펼쳐야 한다는 점에서는 옛날과 다르지 않다.
율장에 대한 연구와 해석은 불교 승단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며 《사분율》뿐만 아니라 《십송율》, 《마하승기율》 등의 다양한 율장과 관련 주소(註疏)에 대한 비교연구도 이루어져야 한다. 율장 연구에 관한한 여타 불교권 나라에 비해 한국불교는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대한불교 조계종 경우, 근년에 와서 《조계종 선원청규》나 《조계종 청규》를 제정하는 등 근본율장을 보완하여 현대의 승단과 종단을 운영하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는 점이 희망적이긴 하다,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원문에 나오는 ‘필추’와 ‘필추니’란 단어는 각각 현재 보편적으로 ‘비구’, ‘비구니’라고 부르지만, 이 책에서는 원 뜻을 최대한 살리고자 원문 그대로 ‘필추’, ‘필추니’로 썼다. 이 책의 계본(戒本)은 전체 50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율은 비구들이 지켜야 하는 계율을 4바라이법(四波羅夷法), 13승가벌시사법(十三僧伽伐尸沙法), 부정법(不定法), 30니살기바일저가법(三十泥薩祇波逸底迦法), 90바일저가법(九十波逸底迦法), 4바라저제사니법(四波羅底提舍尼法), 중다학법(衆多學法) 및 멸쟁법(滅諍法)의 8부로서 나누었고 249계목으로 분류하여 설명하고 있다.
원래 이 책은 인도 율장결집시대부터 존재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유부율’의 한 종류인 『毘奈耶』가 중국 도안(道安)의 서문에 따르면 건원(建元) 18년(382년)에 간행되어, 중국에서 처음으로 한역되어진 광율이라고 밝히고 있으므로 그 당시 이미 인도에서는 활발하게 실천되고 연구되었던 율장으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현재에 전하는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는 유부의 율장에서 여러 요소가 첨가되어 확대되었으므로 비교적 늦은 시기에 완성된 것으로 판단된다. 한역으로 번역된 시기는 『유부율』이 703년에 번역되어 『사분율』의 412년과 『십송률』의 474년, 『마하승기율』의 524년에 비교하면 이 가운데에서 가장 늦은 시기에 속한다.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율장들의 특색은 첫째로 내용이 매우 많은 분량이라는 것이고, 둘째는 업감연기(業感緣起)에 기초한 본생담(本生談)과 비유담(譬喩談)과 인연담(因緣談) 등 문학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며, 셋째는 밀교적 요소인 다라니 등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상좌불교와 대승불교와 밀교가 혼재하고 있던 시대에도 실천되었던 율장이었으나 후대에 문자로 정착되어 완성된 것으로 보여진다.
율장의 구성은 처음으로 비나야서(毘奈耶序)에서 계율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는 글로서 시(詩)형식으로 계율이 경전 가운데 으뜸이며, 필추들에게 죄를 짓지 않게 하여 최상의 복락을 얻게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서문을 제1권에 먼저 설하고 이어서 4바라시가법의 부정행(不淨行) 학처를 설명하고 있고, 제2~5권에서는 부정행(不淨行) 학처의 나머지 부분과 불여취(不與取) 학처를 설명하고 있으며, 제6~8권에서는 단인명(斷人命) 학처를 설명하고 있고, 제9~10권에서는 망설자득상인법(妄說自得上人法) 학처를 설명하고 있다. 제11~15권에서는 13승가벌시사법을 설명하고 있고, 제16권에서는 13삼승가벌시사법의 나머지 부분과 이부정법과 30니살기바일저가법을 설명하고 있으며, 제17~24권에서는 30니살기바일저가법의 나머지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제25~48권에서는 90바일저가법을 설명하고 있고, 제49권에서는 구십바일저가법의 나머지 부분과 사바라저제사니법을 설명하고 있으며, 제50권에서는 사바라저제사니법의 나머지 부분과 중다학법 및 멸쟁법을 설명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을 읽는 분들이 부처님 당시의 계율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는 것은 물론, 그 핵심 사상과 내용들은 오늘날 승가에서도 여전히 지켜야 할 유용한 것임을 깊이 인식하고 실천하기를 기대한다.